2. 북한의 시장화와 시장경제


(1) 개념 정의1)


  시장화(marketization)란 다양한 차원인 동시에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대개 시장이라고 하면 백화점이나 재래시장과 같이 장소, 공간으로서의 시장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장은 장소로서의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시스템이라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시장 메커니즘이라고 해야 한다. 


  계획화(planning)와의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시장화를 상정한다면, 이는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 및 확산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 메커니즘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격이 발신하는 정보의 시그널에 의해 가계, 기업 등 상이한 의사결정단위의 경제적 행동, 나아가 거시경제 전체의 자원배분이 조정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장화는 또 한편으로는 시장(marketplace)의 발생 및 확대로 규정할 수 있다. 시장은 지역적․기능적으로는 지역시장과 외부시장, 전국적 시장, 세계시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초보적인 형태이기는 하나 지역시장과 외부시장이 통합되고 전국적 시장이 형성되어 가면 시장화가 진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또한 거래대상에 따라 크게 보아 생산물시장과 생산요소시장으로, 좀 더 세분해서 보면 생산재시장, 소비재시장, 자본․금융시장, 노동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재시장, 소비재시장, 자본․금융시장, 노동시장 등 4대 시장이 발생· 확대되고 아울러 생산의 기본단위인 기업(또는 개인수공업자)이 원자재, 자금, 노동력의 조달과 생산물의 처분을 시장을 통해 수행하고 그 비중이 점차 커지면 시장화가 진전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제도적인 의미에서 볼 때 시장은 가격기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우리가 시장요소라고 부르는 제도적 특징들의 연결체이다. 그 요소들이란 물리적으로 존재하며 재화를 확보할 수 있는 장소, 공급자, 수요자, 관습 또는 법 등이다. 그리고 근대사회에서는 상품과 화폐가 중요성을 가진다.


1) 양문수, 『북한경제의 시장화: 양태, 성격, 메커니즘, 함의』(파주: 한울, 2010), pp.22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