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북한 인구 관련 자료  


  북한의 전체 인구 크기와 성별, 연령별 인구 구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1944년 조사된 총 조사 자료 중 북한지역에 해당되는 인구 분포, 1946년 이후 재편된 주민등록제도와, 1993년과 2008년에 실시된 총조사이다. 1944년 총조사는 일제가 군사동원의 목적으로 임시적으로 실시하였기 때문에 일제시기 실시된 조사자료 중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Kwon, 1977: 3-6). 1944년 총 조사에는 현 남한과 북한에 속하는 지역별 인구의 성, 연령 분포가 제시되어 있다. 한편 분단이 되면서 이남 황해지역은 경기지역으로, 이북의 경기지역은 황해도로,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라졌는데 이런 행정 경계 변경을 고려하여 남북의 인구구조를 산출할 수 있다.


  북한의 총조사(센서스)는 1993년 최초로 실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시기 때 총 5회 인구총조사(국세조사)가 이루어졌고 남한에서는 1949년 임시총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전쟁으로 거의 소실되고 1966년 총조사를 제외하면 1955년부터 매 5년마다 총조사가 이루어졌다. 북한에서 인구총조사가 최근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정주인구체계와 주민등록조사에 기초하여 인구를 꽤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북한이 외부에 인구자료를 공개한 것은 1980년대 중후반이지만 그 이전에도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인구가 집계되고 관리되었다. 북한의 주민등록제도는 거주민의 일반 인구특성을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 1946년 공민제로 시작하였다가 1964년 이후에는 개인의 성분과 가족, 정치, 사회생활을 총체적으로 검열하고 조사하는 제도로 재편되었다(현인애, 2008: 10-15). 주민들의 동태가 상시적으로 조사되고 정확하고 빠짐없이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주민등록 자료를 통해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인구를 집계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주인구에 기초한 인구집계이므로 출생 신고나 사망 집계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993년 센서스는 북한이 UNFPA의 도움을 받아 실시된 최초의 인구총조사로 알려져 있다(노용환·연하청, 1997)1). 센서스 시점은 1993년 12월 31일 자정이고 조사는 1994년 1월 3일에서 15일 기간에 이루어졌다고 보고되었다. 조사 대상은 북한 국적의 모든 거주민으로서 기숙사와 노인수용시설 같은 집단생활시설 단위에 거주하는 사람도 포함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한편 실제 총조사가 실시되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존재한다(김두섭, 2001: 120). 왜냐하면 북한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일반적으로 인구센서스가 제시하고 있는 분류항목이 제시되지 않고, 명확한 정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사시점은 1994년 1월 3일 부터였다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조사시점에 차이가 있고,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등의 커다란 사건으로 인해 자료가 완전하게 조사되지 않았거나, 충분한 사후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추정된다.


  1993년 센서스 자료의 정확성이 크게 논란이 된 것은 15-30세 남성인구의 집단적인 누락이 발견된 데 있다. 남성인구의 집단적인 누락은 이전 북한 발표 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누락의 원인에 대한 북한당국의 설명이 부족하였다. 이에 군대인구 규모를 밝히지 않기 위한 고의적 삭제와 자료 누락이었다고 의심되었다(Eberstadt & Banister, 1992: 86-92). 남성인구의 누락이외에도 1993년 자료는 북한이 발표한 이전 자료들과 비교해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1987년 북한이 발표한 인구구조와 1993년 인구구조를 통해 계산된 생존율의 분포가 내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영유아 사망 분포와 전체 주민의 사망률 수준이 다른 여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분포와 크게 차이가 난다.


  그리고 2008년 두 번째 총조사가 실시되었다. 1993년 이후 식량난과 경제난을 겪으면서 인구동태가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이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실시하였다고 알려져 있다(DPRK, 2009)2). 1993년 총조사 때와는 달리 정확한 인구집계를 위해 국제기구를 통해 통계기술 지원이 이루어졌고, 2007년 평양시를 포함하여 10개도에서 전체 5만 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1993년 센서스 결과 발표 때와는 달리 조사대상과 분류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고, 집계로부터 전산화에 이르기까지 정확성을 제고하는 여러 방법들을 활용하였다고 밝히고 있다(DPRK, 2009: 1-8). 센서스 시점은 2008년 10월 1일 0시로 정하였고 이 시점에 북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집계하였다고 한다. 조사대상은 북한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과 조사시점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포함하며, 리, 구, 동에 위치한 모든 가구와 시설단위와 그 단위에 거주하는 사람을 포함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시설거주는 기숙사, 요양소, 군대, 수용소 등을 포함하였다. 자료 수집은 2008년 10월 1일부터 15일간 방문조사로 이루어졌고 주민등록 거주지를 기초로 한 상주(de jure)인구를 집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2009 발표된 보고서에는 인구(성, 연령구조, 출생, 사망, 국내이주), 교육, 경제활동, 건강, 주택 및 주거 구조와 관련된 총 53개의 집계표가 제시되어 있다. 1993년 센서스와 2008년 센서스를 비교해볼 때 두 센서스의 인구구조는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2008년 센서스 보고서는 무엇보다 여러 부문에 걸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집계표마다 집계대상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어서, 인구 자료를 활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1993년 센서스 결과에서 제기되었던 영아사망자 과소집계의 오류가 2008년 센서스에서 보완되기 보다는 사후 일괄적으로 표준화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된다. 또한 1993년과 2008년의 연령구조에 기초하여 15년간의 생존율을 구해본 결과 2008년 15세 이상 사망률이 과다 측정되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추정된다.


  북한이 발표한 자료 중에는 두 센서스 조사 이외에도 1993년 이후 북한이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조사한 여러 자료들이 존재한다. 1998년 영양조사(Nutrition Survey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1998, DPRK), 2002년 재생산 건강조사 (Reproduction Health Survey, 2002, DPRK), 2004년 영양평가보고서(Nutrition Assessment Report of Survey Results, 2004, DPRK), 2006년 아동과 여성 건강 실태 분석(Analysis of the Situation of Children and Women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등 이 그 예이다. 이 밖에 북한에서 직접적으로 생산된 자료는 아니지만 탈북이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표본조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북한이 발표한 자료는 여러 면에서 체계적인 오류가 의심된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관리와 주민의 통제를 위해 정확한 통계작성을 강조하였고 중앙통계국을 독자적인 기구로 설립하고 지방 도와 하위 행정 단위에 통계기관을 두어 체계적인 통계 집계와 관리 업무를 강조하였다. 인구 통계의 기본이 되는 자료는 크게 공민등록체계와 건강등록체계에 기초한다. 그러나 기본 자료에서 허위신고와 누락 등의 문제가 있고, 통계를 담당하는 지방 기초 단위의 인력이 취약하며, 통계 조작 문제도 크다고 논의되고 있다(정기원·이상헌, 1992: 6-19). 1975년 이후의 인구 집계에서 남녀 집계의 차이, 사망률의 과소보고,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 이후 탈북이주자의 증가와 함께 행방불명 인구의 집계 어려움 등 북한의 공식적 인구 자료에는 여러 오류가 포함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 북한의 1993년 총조사 보고서를 확보하지는 못하였지만, 노용환과 연하청은 1993년 총조사 결과를 분석하였고 총조사 보고서 결과를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다(노용환·연하청, 『북한 인구센서스의 정책적 함의 –인구구조와 특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7).        

2) DPRK, 2008 Population Census National Report, Central Bureau of Statistics, Pyongyang, DPR Korea (2009).